캘리포니아 'AI 상사 금지법' 시대, 해고 결정권의 경계를 다시 긋다

캘리포니아가 그은 자동화 인사 결정의 선

직장인은 데이터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얻는다

한국 기업도 글로벌 인사 기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캘리포니아가 그은 자동화 인사 결정의 선

 

2026년 캘리포니아주 의회 회기 말,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직장 내 인공지능(AI) 활용을 규제하는 법안 3개에 서명했다. 출근 기록, 업무 성과, 고객 응대 기록을 기계가 수집해 점수를 산출하고 그 점수가 징계나 해고로 이어지는 시대에 주 정부가 제동 장치를 단 셈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간결하다. 회사가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ADS)에 기대어 직원의 생계를 좌우하려면, 사람이 근거를 확인하고 직원에게 설명할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사안은 미국 한 주의 노동법 개정에 그치지 않는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정보기술(IT) 기업과 플랫폼 노동, 원격근무 문화가 뒤섞인 지역이며, 그곳의 규칙이 다국적 기업의 내부 규정으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한국 직장인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사 평가에 쓰이는 협업 도구, 콜센터 품질 분석, 물류 현장의 생산성 측정, 채용 단계의 이력서 선별 등 AI가 일터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일부 담당하기 시작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메시지는 SB 947, 이른바 로봇 상사 금지법(No Robo Bosses Act)에 담겼다. 이 법은 2027년 7월 1일부터 고용주가 ADS 결과에 주로 의존해 직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할 때 인적 검토를 의무화한다.

 

여기서 인적 검토는 형식적 결재가 아니다. 사람은 ADS 출력의 근거가 된 정보, 인사 기록, 증인 인터뷰 같은 증빙을 이용해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결과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거나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결과를 결정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 조항이 현장에 주는 의미는 선명하다.

 

직장인은 더 이상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말만 듣고 자리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맞설 근거를 갖게 된다. SB 947은 고용주가 ADS에 주로 의존해 징계나 해고를 결정할 경우, 직원에게 별도 서면 통지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그 통지에는 ADS가 주요하게 쓰였다는 사실, 사람이 결과를 확인했다는 내용, 추가 정보를 문의할 담당자가 명시되어야 한다.

 

직원은 시스템이 사용한 자신의 데이터에 관해 의미 있고 객관적인 설명을 요청할 권리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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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사부서의 효율을 높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지닌다. 직원 수가 많은 기업에서 근태, 업무량, 성과 지표를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다. 그러나 효율이 판단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직원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때, 과거 조직문화에 숨어 있던 편견이나 불완전한 기록까지 함께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법이 겨냥한 지점은 바로 이 책임의 공백이다.

 

직장인은 데이터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얻는다

 

SB 947은 직원의 보호 대상 신분을 ADS로 추론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보호 대상 신분은 인종, 성별, 장애, 연령 등 차별 금지 체계와 맞닿은 범주를 뜻한다.

 

법은 또 직원이 법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예측하거나 실행하는 방식의 AI 활용을 금지한다. 예컨대 병가 사용, 신고, 노동 관련 권리 행사 같은 행위가 시스템 안에서 위험 신호로 처리되고 그 결과가 배치나 평가에 반영된다면, 기술은 관리 도구가 아니라 권리 위축 장치로 변질된다.

 

SB 951은 자동화가 해고로 이어질 때 회사가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 더 구체화했다. 이 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 WARN법(WARN Act)에 따른 기존 고지에 AI 또는 기타 자동화 기술로 인한 대량 해고, 재배치, 해고 관련 정보를 추가하도록 한다.

 

고지에는 영향을 받는 직원 수, 직업, 근무지, 자동화되는 직무, 관련 기술 유형을 명시해야 한다. 고지 상단에는 "이 고지는 기술 대체로 인한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이 문구 하나는 노동시장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해고 사유가 경기 악화인지, 사업장 폐쇄인지, 특정 기술 도입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정부와 노동자가 다음 대응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교육 정책은 어떤 직무가 사라졌는지 알아야 실효성을 얻는다. 구직자 역시 같은 직무로 이동해도 되는지, 기술 전환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다. SB 951은 자동화 해고를 기업 내부의 경영 판단으로만 남기지 않고 공적 기록의 영역으로 끌어낸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기업 측에서는 인적 검토와 서면 통지 의무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법무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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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콜센터, 물류, 플랫폼 서비스처럼 지표 기반 운영 비중이 큰 업종은 ADS 활용 제한을 관리 부담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 반론은 해고와 징계가 단순한 업무 배분이 아니라 생계와 평판을 흔드는 결정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한다. 속도를 이유로 검증 책임을 줄이면, 잘못된 데이터 하나가 노동자의 경력 전체를 훼손할 수 있다.

 

 

한국 기업도 글로벌 인사 기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본지 추가 취재 결과, 한국 기업이 이 흐름을 가볍게 넘기기도 어렵다. 캘리포니아에 지사나 직원을 둔 기업은 현지 법 적용을 검토해야 하며, 본사 인사 시스템이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묶여 있다면 미국 규정에 맞춰 설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 조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같은 내용의 법이 곧바로 도입된다는 공식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업이 채용, 평가, 징계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면 데이터 출처, 검증 절차, 이의 제기 창구를 문서로 남기는 일이 실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캘리포니아 입법의 무게는 "AI 사용 금지"가 아니라 "AI 결정권 통제"에 있다.

 

법은 회사가 기술을 쓰는 행위 자체를 막지 않는다. 대신 사람의 생계에 직접 닿는 결정에서는 사람이 근거를 확인하고, 직원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쓰였는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AI 시대 직장의 최소 안전장치다. 효율을 이유로 설명 책임을 생략하는 기업은 규제 위험과 신뢰 비용을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남은 쟁점은 집행이다. "주로 의존"했다는 기준을 현장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인간 검토가 실제 검증인지 사후 서명인지 가르는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에 따라 법의 실효성이 달라진다. 원천 자료는 세 법안 가운데 SB 947과 SB 951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했으며, 나머지 법안의 세부 조항은 제공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인된 두 법안만으로도 방향은 분명하다. 일터의 AI는 사람을 돕는 도구로 남아야 하며, 해고권을 행사하는 상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직장과 기업은 이제 같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회사의 인사 결정권을 어디까지 기계에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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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Proskauer Rose LLP Law and the Workplace 및 The National Law Review의 2026년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FAQ

 

Q. 캘리포니아 법은 회사가 인사 평가에 AI를 쓰는 일을 전면 금지하나?

 

A. 전면 금지는 아니다. SB 947은 고용주가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ADS)에 주로 의존해 징계나 해고를 결정할 때 인적 검토, 서면 통지, 데이터 설명 요청권을 요구하는 것이지 AI 도구 사용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기업은 AI를 계속 활용할 수 있지만,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서는 검증 절차와 책임자를 명확히 두어야 한다. AI 판단이 부정확한 데이터나 편향된 기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안의 핵심 배경이다. 따라서 AI 도입 자체보다 AI가 최종 결정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 취지다.

 

Q. 한국 직장인에게 당장 적용되는 변화가 있나?

 

A. 캘리포니아 법이 한국 사업장에 직접 적용된다는 공식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캘리포니아에 법인, 지사, 직원을 둔 한국 기업은 현지 고용 관계에서 해당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인사 시스템을 국가별로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한 지역의 규제가 내부 표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 직장인은 회사가 AI 평가 도구를 쓰는지, 어떤 데이터가 평가에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이의 제기 절차를 문서로 남기는 습관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 대비책이다.

 

Q. 기업은 2027년 시행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A. SB 951은 2027년 1월 1일, SB 947은 2027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기업은 먼저 징계, 해고, 재배치, 대량 해고 과정에서 어떤 AI 또는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는지 목록화해야 한다. 이어 ADS 결과를 사람이 어떤 자료로 검증할지, 직원에게 어떤 형식으로 서면 통지를 제공할지, 데이터 설명 요청을 누가 처리할지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 이 준비를 늦추면 법 시행 이후 시스템 수정과 노무 리스크 대응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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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26 20:21 수정 2026.10.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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