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우리 식탁도 자연스레 든든한 음식으로 향한다. 삼계탕과 추어탕, 오리백숙, 전복, 낙지, 갈비탕까지 이름난 보양식은 많다. 그런데 유독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맛과 마음을 함께 붙잡아온 음식이 있다. 바로 장어다.
바다를 건너 돌아오는 장어…생태부터 특별하다
장어는 생태부터 범상치 않다. 우리가 흔히 민물장어라 부르는 뱀장어는 강과 하천, 하구에서 성장한 뒤 산란기가 되면 먼 바다로 이동하는 독특한 회유성 어류다. ‘풍천장어’는 별도의 생물학적 종을 뜻한다기보다 오랫동안 우리 식문화 속에서 좋은 민물장어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친숙해졌다.
장어도 모두 같은 장어는 아니다. 민물에서 성장하는 뱀장어가 있는가 하면 바다에는 붕장어와 갯장어가 있다. 붕장어는 흔히 ‘아나고’, 갯장어는 ‘하모’로 불린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바다장어와 달리 민물장어는 두툼한 살집과 풍부한 지방에서 오는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영양도 빼놓을 수 없다. 장어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A·E, 불포화지방산 등이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A는 정상적인 면역기능과 시각 유지 등에 필요한 영양소다. 다만 장어 한 가지 음식이 면역력을 특별히 ‘높여준다’고 단정하기보다, 환절기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위한 든든한 식재료로 보는 것이 맞다.
참숯 위 ‘치익’ 한 번… 가을 입맛이 깨어난다
그러나 장어의 진짜 매력은 숫자로 표시된 영양표보다 불판 위에서 시작된다.
참숯이 붉게 달아오르고 손질한 장어가 석쇠 위에 올라가는 순간 ‘치익’ 하는 소리가 먼저 입맛을 깨운다. 기름이 숯불 위로 한 방울씩 떨어지면서 향이 피어오르고, 껍질은 노릇하게 익어가며 속살은 촉촉함을 머금는다.
잘 구운 장어 한 점.
말 그대로 참기름에 헤엄치고 꿀통에 빠진 듯 고소하면서도 진한 풍미가 입안에 번진다. 소금구이는 장어 본연의 담백함을 살리고, 양념구이는 달큰하고 짭조름한 맛으로 또 다른 매력을 낸다. 생강채와 마늘, 깻잎과 싱싱한 채소를 곁들이면 느끼함은 덜고 풍미는 한층 살아난다. 장어덮밥도 빼놓을 수 없다. 윤기 흐르는 밥 위에 노릇하게 구운 장어를 올리고 달큰한 소스를 살짝 더하면 한 그릇만으로도 제법 풍족하다. 참숯 장어 한 상이 가족과 지인이 둘러앉아 천천히 즐기는 음식이라면, 장어덮밥은 장어의 맛을 보다 간결하게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이런 장어의 맛을 가을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통보장어마을이다. 참숯 위에서 직접 구워 먹는 두툼한 장어와 넉넉한 채소 한 상은 가족과 지인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는 시간을 만든다. 그래서일까. ‘가을의 전설, 통보장어마을’이라는 표현이 그리 낯설지 않다.
손맛·입맛·추억까지…제부도에서 만난 가을 장어
특히 제부도에서는 먹는 즐거움에 체험까지 더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통보장어마을 제부도 직영점에서는 통보장어마을이 주최하고 (사)한국주거환경협회가 주관한 ‘갯벌 풍천장어 맨손잡기 축제’가 열렸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물속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장어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에게는 미끄러운 장어를 잡는 ‘손맛’, 어른들에게는 참숯에서 익어가는 장어의 ‘입맛’, 가족에게는 함께 웃었던 하루의 ‘추억’이 남았다. 가을 보양식의 가치는 무엇을 먹었느냐에만 있지 않다. 누구와 한 상에 둘러앉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올가을 가족이나 오랜 지인과 특별한 한 끼를 생각하고 있다면, 참숯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장어 한 상도 좋은 선택이 될 만하다. 손맛과 입맛, 건강한 한 끼와 오래 남을 추억. 어쩌면 장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가을 음식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