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소백산 죽계구곡

물소리를 들으며 한 굽이 한 굽이 자신의 삶을 돌아봐

 

[3분 신화극장] 소백산 죽계구곡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는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와 거대한 사찰 구인사가 있고 격암유록의 저자인 남사고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 했던 소백산 죽계구곡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소백산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한 선인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세상의 소란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맑은 계곡물 곁에서 바람을 벗 삼아 살았지요. 하지만 선인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욕심에 지친 이들이 산을 찾아오면 말 대신 계곡물 소리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 아랫마을에서 제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형은 많은 재물을 얻고 싶었고, 동생은 병든 아버지가 오래 사시기를 바랐습니다. 선인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계곡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 보아라. 아홉 굽이를 모두 지나면 너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형제는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첫 번째 굽이에서는 욕심을, 두 번째 굽이에서는 분노를, 세 번째 굽이에서는 교만을 만났습니다. 계곡은 잔잔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거울처럼 흔들렸지요. 여섯 번째 굽이에 이르자 형은 더 이상 걷지 못했습니다.

 

“이런 길을 걸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는 산을 내려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끝내 마지막 아홉 번째 굽이까지 걸었습니다. 그곳에는 폭포도, 보물도 없었습니다. 맑은 물이 바위를 감싸며 조용히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그때 선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물이 바위를 이기는 것은 힘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동생은 두 손으로 계곡물을 떠 아버지에게 가져갔습니다. 그 물을 마신 아버지는 병이 씻은 듯 나았고, 가족은 오래도록 화목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이 계곡을 죽계구곡이라 부르며 아홉 굽이마다 사람의 마음을 씻어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고, 물소리를 들으며 한 굽이 한 굽이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오늘 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린다면 그것은 어쩌면 죽계구곡이 들려주는 오래된 가르침일지도 모릅니다.

 

“인생도 강물과 같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가장 곧은 길이 아니라, 가장 많은 굽이를 품은 길이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7.15 09:32 수정 2026.07.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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