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위협과 마주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어떤 자산에 투자하든 예외는 없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문제는 너무 서서히 다가와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때 5천 원이던 짜장면 한 그릇이 어느새 8천 원을 넘어섰지만, 한 번에 오른 게 아니라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그 사이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조용히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셋 미래로 박다민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그 흐름에 올라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이 올라도 집값은 더 멀어진다
박 매니저는 쉬운 예로 집값를 들었다. 연봉 5천만 원인 직장인이 5억 원짜리 집을 사려 한다고 해 보자. 집값에서 1년 치 연봉을 뺀 4억 5천만 원이 더 필요한 돈이다.
1년 뒤 연봉과 집값이 똑같이 10%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연봉은 5천5백만 원, 집값은 5억 5천만 원이다. 필요한 돈은 4억 9천5백만 원으로 오히려 4천5백만 원 늘어난다. 월급이 오른 만큼 집값도 올랐는데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다.
박 매니저는 "오히려 연봉이 오르기 전의 현금이 구매력 면에서는 더 유리했던 셈"이라며 "월급은 물가와 자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쪽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같은 손해를 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많이 가진 쪽에 유리하다.
현금이나 월급은 액수가 그대로인데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 가치가 깎인다. 반면 부동산, 주식처럼 실물과 기업의 수익에 기반한 자산은 물가가 오를 때 가격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어, 현금보다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에 유리하다.
앞선 사례에서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던 직장인이 4천5백만 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동안, 이미 5억 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자산이 5천만 원 늘어난다. 같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한쪽은 구매력이 깎이고, 다른 쪽은 자산 가치가 불어나는 것이다.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물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려 늘어난 비용을 상쇄할 수 있고, 토지 같은 보유 자산의 가치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빚도 유리하다. 빌린 돈은 화폐 가치가 떨어진 만큼 갚는 부담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국가 역시 막대한 빚의 실질 부담이 줄어든다.
개인, 기업, 국가 가운데 자산 규모가 큰 쪽은 기업과 국가여서 혜택도 이들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특히 국가는 통화 공급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결국 손해를 보기 쉬운 쪽은 현금과 월급에 의존하는 개인이다. 박 매니저는 "개인에게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이 풀리는 구조 속에 인플레이션은 반복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은 왜 계속 반복될까. 박 매니저는 돈이 만들어지는 구조에서 이유를 찾았다.
한국은행이 100만 원을 발행해 시중은행에 공급한다고 해 보자. 기준금리가 3%라면 시중은행은 이자를 더해 103만 원을 갚아야 한다. 은행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기업과 개인에게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105만 원을 돌려받으려 한다.
그런데 시장에 풀린 돈은 처음의 100만 원뿐이다. 이자까지 갚으려면 결국 새로운 돈이 계속 공급돼야 한다. 박 매니저는 "돈의 양이 늘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설명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대응 방법도 단순해진다. 인플레이션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가치가 오르는 자산에 돈을 맡기는 것이다.
직장인의 현실적 대안은 지수 ETF 적립식
그렇다면 직장인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박 매니저가 제시한 방법은 미국 대표 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매달 꾸준히 사 모으는 것이다.
ETF는 여러 기업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상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것이고, 지수는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묶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숫자다. S&P500과 나스닥100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대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다.
월 적립식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서 사는 방식이다. 언제 사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줄고, 시장이 하락할 때는 같은 돈으로 더 싸게 사고 상승할 때는 자산이 커지는 구조다. 박 매니저는 "직장인이 접근하기 좋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짜장면 값이 오르는 속도를 월급만으로 따라잡기 어렵다면, 이제는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할 때다. 박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