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이재윤기자]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 급락과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며 5일 장중 4% 넘게 하락했다. 지수가 급락하자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6분 19초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약 1주일 만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3.71포인트(1.82%) 내린 5580.09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오전 장중 한때 5386.29까지 밀리며 전 거래일 대비 5.23% 하락했고, 이후 일부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도 장중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오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순매수에 나섰다. 다만 투자 주체별 순매수 규모는 집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대형주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장중 5%대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7~9%대 하락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기와 SK스퀘어 등 반도체·장비 관련 종목도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셀트리온과 현대차,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종목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이후 유가 하락과 정책 변화가 항공·운송, 이차전지, 태양광 등 다른 업종의 매수세로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규제 강화 우려가 거론됐다. 미국에서는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을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이 주요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에서 승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텍사스와 조지아, 오하이오 등은 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된 지역이다. 그러나 전력 사용량과 환경 영향, 지역사회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건설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부 당선자들은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제한하거나 개발업체에 전력·환경 비용 부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투자와 인공지능용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다만 미국 의회의 입법과 주정부의 인허가·세제 정책은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중간선거 결과만으로 실제 규제 범위와 반도체 수요 변화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증시에서도 주요 지수와 반도체주 흐름은 엇갈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반도체주 약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반도체주 매도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업종으로 매수세가 이동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개별 종목과 업종의 주가 흐름은 미국 정책의 실제 확정 여부,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 외국인 수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날 시장의 최종 방향은 장 마감까지의 외국인·기관 수급과 반도체주 낙폭 회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