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이거 챗GPT가 써줬어.”
학교 숙제를 마친 아이가 해맑게 건네는 이 한마디 앞에서, 오늘날의 부모들은 당혹감과 불안을 동시에 마주한다. 인공지능(AI)을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AI 네이티브’로 자라나는 세대 앞에서, 부모의 역할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황금독서클럽이 이번에 주목한 책 『AI 시대, 부모로 살아가기』(한빛미디어)는 바로 이 불안의 안개를 걷어내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지혜로운 나침반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 부부의 독특한 이력과 치열한 대화에서 비롯된다. 1,000회 이상 방송에 출연하며 AI 기술 변화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해온 IT융합공학과 교수 김덕진 소장(아빠)과, 14년간 유아·초등 현장에서 120여 종의 정서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 교육 전문가 임한나 대표(엄마)가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며 겪은 실제 육아의 충돌과 합의를 오롯이 담아냈다.
■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
아빠는 기술이 아이에게 열어줄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을 먼저 바라보고, 엄마는 기술을 대하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 과정을 먼저 살핀다. 이 두 시선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본질로 수렴한다. “기술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고, 감정만으로는 다가올 세상을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은 AI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무비판적으로 허용’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단호히 경계한다. 대신 ‘우리 집만의 단단한 AI 원칙’을 세울 것을 권한다. 15세 이전에는 독립 계정을 주지 않고 부모와 함께 탐색하기, AI는 숙제의 지름길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는 ‘지적 파트너’로 활용하기 등 현장에서 부딪히며 다듬어낸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혼란스러운 부모들에게 명쾌한 기준점이 된다.
■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4가지 핵심 역량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대에, 아이에게 진짜 길러주어야 할 힘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기술 활용법 그 자체가 아니라,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네 가지 힘’을 꼽는다.
1. 묻는 힘 (질문력): AI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가치 있는 문제의식을 던질 줄 아는 능력. AI 시대에 가장 값비싼 역량은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힘이다.
2. 쓰는 힘 (문해력과 표현력): AI가 뽑아준 수려한 문장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로 사유하고 내 언어로 정제해 표현하는 힘이다. 도구를 부리지 못하면 도구에 부려지고 만다.
3. 견디는 힘 (지연된 만족과 인내): 클릭 한 번, 3초 만에 완벽한 결과물이 주어지는 세상에서 실패와 시행착오를 기꺼이 감내하고 스스로 해결해 보는 끈기다. 생각의 고통을 견뎌본 아이만이 진정한 통찰에 도달한다.
4. 관계 맺는 힘 (정서와 공감): 모니터 너머의 AI와 나누는 가상의 유대를 넘어, 눈앞에 있는 살아 숨 쉬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는 공감 능력이다.
■ 기계에 무엇을 맡기고, 아이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저자들은 AI 시대의 부모란 아이를 감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기술이라는 거대한 바다 앞에서 아이의 손을 단단히 잡고 함께 항해하는 ‘동반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가 모든 답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실패의 과정에서 흘리는 땀방울과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심장이다. 『AI 시대, 부모로 살아가기』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부모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이에게 빠른 지름길을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길을 걷는 단단한 두 다리를 길러줄 것인가.”
황금독서클럽 가족들과 함께, 오늘 저녁 식탁에서 아이와 따뜻한 눈을 맞추며 이 시대 부모의 참된 역할을 함께 성찰해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