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결제망의 내부가 바뀐다—EY 보고서로 읽는 블록체인 정착 현황과 한국의 과제

스테이블코인 사용률 18%로 두 배 증가

해외송금·전자상거래부터 일상 결제 변화

한국 기업은 기술보다 통제 체계가 관건

스테이블코인 사용률 18%로 두 배 증가

 

2026년 10월 EY가 발표한 보고서는 블록체인(blockchain)을 둘러싼 기술 담론의 무게중심이 이동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암호화폐 가격 등락을 따라가던 논의가 기업 자금 이동, 해외 결제, 전자상거래 정산이라는 실제 운영 문제로 옮겨갔다.

 

핵심 결론은 명확하다. 블록체인 결제는 시범 사업의 단계를 지나 기업 운영 시스템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스테이블코인 기업 사용률은 1년 사이 두 배로 올랐다. EY의 2026년 10월 보고서 '블록체인 결제 집중 조명: 실험에서 구현으로'에 따르면 기업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사용률은 2025년 9%에서 보고서 발표 시점 18%로 두 배 상승했다.

 

이 수치는 단일 또는 다중 사용 사례에 걸쳐 실제 운영에 적용된 결과다. 아직 대다수 기업의 표준 결제 수단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12개월 만에 채택 비율이 두 배가 된 사실은 기술 실험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신호다.

 

기업이 실제 장부와 재무 흐름에 연결하지 않는 기술은 이토록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변화는 블록체인이 투자 상품의 언어를 넘어 비용 절감과 정산 속도, 업무 자동화의 언어로 재해석되는 과정이다.

 

일반 독자에게 이 변화는 당장 지갑 속 카드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더 현실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온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의 정산 주기, 플랫폼 판매자의 대금 수령 시점, 해외 근무자의 송금 비용, 기업 간 거래의 환전 절차가 영향을 받는다. 결제망 뒤편에서 돈이 이동하는 방식이 바뀌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수료와 처리 시간도 달라진다.

 

기술의 이름은 어렵지만, 변화가 닿는 곳은 월급 통장과 쇼핑몰 환불 화면, 해외 결제 명세서다. EY 보고서가 제시한 응답 기업 분포도 이 흐름의 성격을 드러낸다.

 

조사 참여 기업의 53% 이상은 미국에 기반을 뒀고, 27%는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20%는 기타 시장에 있었다. 미국 기업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점은 디지털 화폐 결제의 초기 확산이 글로벌 결제 허브와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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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이 변화를 외부 사안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기업, 게임사, 전자상거래 사업자, 해외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이미 달러 결제와 환전, 정산 지연의 비용을 매일 부담하고 있으며, 새 결제 표준이 자리를 잡으면 그 영향을 직접 받는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결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속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EY 보고서는 블록체인 결제가 더 빠른 결제, 낮은 비용, 효율적인 재무 워크플로(workflow)를 통해 실질 가치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재무 워크플로다.

 

결제는 돈을 보내는 행위로 완결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에서는 청구서 확인부터 환율 적용, 세금 처리, 자금세탁방지 점검, 회계 반영, 감사 기록 보관이 연쇄적으로 뒤따르는데, 블록체인 결제의 경쟁력은 이 절차를 얼마나 줄이고 검증 가능하게 만드느냐에서 갈린다. 송금 버튼을 누르는 속도보다 그 이후의 행정 과정을 얼마나 자동화하느냐가 실제 도입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해외송금·전자상거래부터 일상 결제 변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소비자 보호 논쟁과도 연결된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달러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한 디지털 화폐다.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자산보다 결제에 쓰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행사가 실제 준비자산을 충분히 보유했는지, 환매 요청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사고가 났을 때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생활 결제에 가까워질수록 규제 기준은 투자자 보호에서 이용자 보호로 이동한다. 정책 당국이 기술 허용 여부만 따질 단계는 지났다.

 

보고서에서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와 결제 회사가 국경 간 결제(cross-border payments)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대목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유의미하다. 응답자의 60%는 조만간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송금은 여전히 중개은행, 환전, 영업일 기준 처리 시간이라는 오래된 구조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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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이 병목을 줄인다면 개인은 해외 가족 송금과 유학비 납부에서, 기업은 수출대금 회수와 해외 협력사 지급에서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다만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상 거래 탐지와 책임 소재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함께 따라온다.

 

기술 및 소매·전자상거래 산업이 블록체인 결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생활 변화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들 업종은 거래 건수가 많고, 소액 결제와 환불이 잦으며, 국가를 넘나드는 고객을 상대한다. 정산이 하루만 늦어져도 판매자의 현금 흐름은 흔들린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결제망의 효율이 곧 입점 사업자의 생존 조건이 된다. 블록체인 결제가 먼저 스며드는 곳이 은행 창구가 아니라 온라인 장바구니와 판매자 정산 화면일 수 있다.

 

금융기관의 관심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EY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 응답자 가운데 63%는 토큰화된 자산 결제(tokenized asset settlement)를 우선순위로 꼽았고, 42%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부가 가치 창출 기회로 봤다.

 

토큰화된 자산 결제는 주식, 채권, 예금 같은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표현하고 결제와 소유권 이전을 더 가깝게 묶는 방식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증권 거래 후 자금과 권리가 따로 움직이던 구조를 줄일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이상 거래 탐지, 자금 예측, 자동 승인 같은 영역에서 결제 시스템의 보조 두뇌 역할을 맡는다.

 

한국 기업은 기술보다 통제 체계가 관건

 

반론도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 결제는 아직 이용 경험이 복잡하고, 지갑 관리와 키 보관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으며, 법정화폐 기반 결제망보다 책임 구조가 낯설다.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결하는 비용도 작지 않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그러나 EY 보고서가 강조한 흐름은 모든 결제를 한 번에 블록체인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아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카드, 계좌이체, 실시간 결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된 예금을 함께 쓰는 다중 결제망(multi-rail)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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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기준은 특정 기술의 우월성보다 어떤 거래에 어떤 결제망을 배치할지 판단하는 운영 역량이다. 본지 분석 결과, 한국 기업의 과제도 이 지점에 있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회계, 보안, 준법감시, 고객 안내를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일이 먼저다.

 

해외 정산 비용을 줄이겠다는 이유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붙이면 내부 감사와 소비자 민원에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모든 실험을 미루면 글로벌 플랫폼과 금융기관이 만드는 새 결제 표준에서 뒤처지게 된다. 국내 정책 논의는 허용과 금지의 이분법을 넘어 준비자산 공시, 환매 절차, 사고 책임, 외환 관리, 개인정보 처리 기준을 거래 유형별로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블록체인 결제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속도는 스마트폰 결제의 확산과 닮은 듯 다르다. 스마트폰 결제는 소비자 화면을 바꿨지만, 블록체인 결제는 기업 내부의 정산표와 은행 간 연결 방식을 먼저 흔든다. 소비자는 어느 날 갑자기 블록체인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해외 결제 수수료가 낮아지고 환불 처리 시간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변화를 만날 공산이 크다.

 

EY 보고서의 의미는 기술 유행의 반복이 아니라 결제 인프라의 운영 논리 변화에 있다. 한국 기업과 규제 당국은 이제 '쓸 것인가'보다 '어떤 거래부터, 어떤 통제 장치로 쓸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 이 기사는 EY의 2026년 10월 보고서 '블록체인 결제 집중 조명: 실험에서 구현으로'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FAQ

 

Q. 일반 소비자는 블록체인 결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체감하게 되나

 

A. EY 2026년 10월 보고서는 블록체인 결제 확산이 현재 기업 운영 단계에서 진행 중임을 보여주지만, 일반 소비자가 매장에서 즉각적인 변화를 느끼는 방식은 아니다. 먼저 바뀌는 영역은 해외 송금,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 정산, 해외 전자상거래 환불처럼 결제 뒤편의 처리 과정이다. 기업 스테이블코인 사용률이 2025년 9%에서 2026년 18%로 오른 사실은 이 변화가 이미 기업 서비스 안에서 진행 중임을 뒷받침한다. 소비자는 수수료 항목과 처리 시간, 환불 안내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서비스 약관에서 결제 인프라 변경 고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책이다.

 

Q.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와 어떻게 다르며, 어떤 위험이 있나

 

A.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한 디지털 화폐로,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암호자산보다 결제와 정산에 쓰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실제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대규모 환매 요청이 몰렸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사고 발생 시 이용자 보호 장치가 갖춰져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EY 보고서에서 기업 사용률이 18%로 늘었다는 사실은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는 의미이지,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 서비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기 전에 발행사의 준비자산 공시 내역과 규제 당국의 인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Q. 한국 기업은 블록체인 결제 도입을 위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A. 한국 기업은 블록체인 결제를 단독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재무·보안·준법 체계 전반의 개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EY 보고서는 성공적인 블록체인 결제 확장의 조건으로 실제 비즈니스 요구에 맞는 사용 사례 개발,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거버넌스와 운영 역량 구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수출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면 국경 간 결제 비용과 정산 지연 시간을 기준으로 우선 적용 대상 거래를 좁히는 것이 현실적이다. 응답자의 60%가 조만간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 만큼, 내부 회계 처리 기준과 고객 고지 문안을 먼저 정비하고, 준법감시 부서와 외환 관리 절차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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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23 19:38 수정 2026.10.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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